지난 7월 27일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가 주최한 <3차 마을공동체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농촌형 마을만들기와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었는데요, 저도 토론자로 참석하게 되었답니다.
이 날 오전에 자원조사단 선발을 위한 면접심사가 12시 넘어 끝나는 바람에 점심도 거르고 토론회 장소인 창원 늘푸른 전당으로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겨우겨우 시간을 맞췄네요^^;
마을만들기, 주민주도인가 행정주도인가
고창군 공동체지원센터 이영근 센터장님 (사진제공 : 경남마을센터)
자료집 파일도 위에 올렸으니, 참고해서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첫번째 발표로 고창군 공동체지원센터 이영근 센터장님께서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는 왜 행정주도형으로 느껴질까?'라는 주제로 발표해주셨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의 입장에서 그리고 주민의 입장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이 행정주도라고 느껴지는 지점이 어디인지에 대해 경험을 토대로 말씀해주셨습니다.
담당 공무원의 도가 지나친 간섭(?) 혹은 주민이 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행정이 원하는 사업을 추진할 때 많이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행정과 중간지원조직간의 신뢰구축,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의 역량강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제안해주셨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의 정체성?
창원농촌활성화지원센터 한일문 센터장님 (사진제공 : 경남마을센터)
두 번째 발표자로 창원시 농촌활성화지원센터 한일문 센터장님께서 '중간지원조직의 정체성과 기능의 활성화'라는 주제로 발표해주셨습니다.
지역공동체,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이 속에서 중간지원조직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요, 눈 길을 끌었던 점은 센터장님 전공이 마케팅 분야라 마케팅의 관점에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설명해 주신 부분이었습니다.
예를들어 소비자(클라이언트)의 행동패턴은 '문제의 인식→문제의 해결→정보의 탐색→대안의 평가→구매→구매 후 평가'로 진행되는데 재구매의 결정은 '구매 후 평가'에서 좌우된다고 합니다. 결국 중간지원조직 활동 역시 클라이언트(주민)의 경험과 만족도가 높아야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이 부분은 제 생각과 많이 차이가 있었는데요, 따로 질문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질문은 못했네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
사진제공 :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두 분의 발표가 끝나고 지정토론과 전체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도 짧은 시간이나마 제 고민을 발표했습니다. 고민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마을공동체, 마을공동체 하는데 도대체 지금 시대 어떤 마을공동체를 말하는 것인가. 철학적 사회적 맥락없이 진행되는 마을공동체 사업은 천편일률적인 사업인 것 같다. 주민주도가 아니라 공모사업 위주의 관주도 사업이 아닌가. 역량강화, 역량강화 하는데 도대체 어떤 역량을 강화시키려고 하는가. 중간지원조직들 역량강화 커리큘럼은 거의 대부분 비슷하다. 이게 맞는 것인가?"
요지라기 보다 넋두리 비슷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의 정체성과 역할이라는 측면에서도 고민되는 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꺼내놓으셨습니다.
"중간지원조직들간의 비슷한 역량강화교육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사업비 규모는 큰 데 일할 사람은 부족하다"
"사업마다 다른 행정조직과 지침,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이른바 중간지원조직 실무자들이 부딪혀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은 다양합니다. 사업은 사업대로 많고, 실적은 실적대로 만들어야 하고, 주체를 만들고 역량을 키우라 하고...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판에 행정은 행정대로 중간지원조직은 중간지원조직대로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광역(도단위) 중간지원조직의 역할과 과제
사진제공 :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도단위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에 대한 요구와 주문도 많았습니다. 특히 시군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의견수렴을 통해 정책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에 대해 연구하고 대안을 찾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윤인숙 센터장님은 "시군에서 겪는 어려움과 비슷하게 광역 중간지원조직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그런만큼 도단위 중간지원조직의 역할과 사업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경남의 중간지원조직들은 다른 시군에 비해 역사가 짧습니다. '농촌협약'이나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같은 대규모 공모사업을 기반으로 설치되거나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업비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거나 짜여진 사업계획에 맞춰 실무적인 일을 치뤄내기도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도단위 중간지원조직과 시군 중간지원조직들간의 협력과 네트워크가 중요한 때라는 것과 마을공동체 회복, 공동체 활성화라는 근본적인 목표와 방향 그리고 그에 따른 행정과 주민의 협치, 협력을 이끌어내는 촉진자로서 중간지원조직의 정체성이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 향후 과제로 남았습니다.
더 많은 토론, 더 깊은 대화의 장이 필요
사진제공 :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마련해주신 세 번째 마을공동체 포럼은 명확한 결론과 대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중간지원조직이 갖고 있는 한계와 현장에서의 문제들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남해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역시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자기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만들어가는데 동기부여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토론, 더 깊은 대화의 자리와 시간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 글 : 안병주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