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월례학습회 소식입니다. 지난 9월 23일 진행된 학습회는 『마을』 6호(2020) 특집 주제인 '자치와 지원/보조, 그 경계의 불편함'으로 진행했습니다.
농업분야와 농촌분야에는 수많은 보조사업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공모사업까지 있다보니 다 알 수 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게 쏟아지는 수많은 보조사업이 농촌과 마을에 어떤 성과와 영향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개선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눈 먼 돈 vs 눈 있는 돈
흔히 농업, 농촌에 지원되는 보조사업은 '눈 먼 돈'이라고 해 왔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철저한 증빙처리와 정산과정을 통해 투명하게 지출되고는 있으나 최근까지도 각종 보조사업 때문에 벌어지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조금 지급을 하는 행정에 입장에서는 공적자금이 헛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한 증빙자료 요구와 원칙적인 집행과정에 대한 강조를 하지만 보조금을 받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몇 푼 안되는 보조금 주면서 요구하는 것과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번거롭다는 주장을 하곤 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정섭 연구위원은 농업/농촌의 보조금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두가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째, 보조금 지원사업에서 보충성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
둘째, 공공기관이 '보조금 지원사업'과 '위탁사업'을 구분하지 않고, 웬만하면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하고 있는 점.
김정섭.농업농촌에 쓰이는 공공재정, 어떻게 볼 것인가. 《마을》 6호. 2020
보충성의 원칙
위에서 지적하고 있는 '보충성의 원칙'은 사회적인 문제 또는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해결 방법이 가장 잘 부합하는 직접적인 수준에서 현실에 부합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원칙인데, 필자는 이 원칙이 보조금 지원사업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보조금 사업'의 주체는 농민, 주민이 주도권을 갖고 진행하고, 행정은 말그대로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위탁'과 '보조'의 개념도 명확하지 않아서 위탁사업으로 진행해야 할 사업들도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주민들의 주도성, 자율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합니다.
보조금을 둘러싼 현실
실제 농촌현장에서 나타나는 보조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화천현장귀농학교 박기윤 교장은 여섯가지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째, 농민을 종속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둘째, 지역의 학연·혈연으로 엮인 튼튼한 구조 속에서 혜택을 받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갈라서 서로 불화하게 만들었다.
셋째, 농자재 투입 중심의 농업으로 만들었다.
넷째, 아까운 세금을 낭비해서 농민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농업·농촌 관련 사업 업체의 배를 불린다.
다섯째, 시장 구조를 교란한다.
여섯째, 소비자들의 농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확산시켰다.
박기윤.보조사업이 농업과 농민에게 미치는 영향. 《마을》 6호. 2020
박기윤 교장이 지적하고 있는 점이 모든 보조사업에 적용될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농업농촌에 들어온 막대한 보조사업들은 문제의 해결이라기 보다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는 지적입니다.
대안은 무엇일까
제도화 되어 있고 시스템화 되어 있는 현재의 보조사업을 바꾸기에는 수많은 절차와 과정, 문제제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없듯이 무슨 제도이건 현실의 문제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 구자인 센터장은 당장 고칠 수 있는 부분부터 개선해나가자고 제안합니다.
첫째, 실효성이 떨어진 사업은 일몰사업으로 분류하고,
이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보조사업을 발굴한다.
둘째, 여러 보조사업 목록을 정리해서 자료집을 만들고,
매년 초에는 읍면을 순회하며 정기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셋째, 보조사업의 내용과 절차 등을 평가하고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넷째, 보조사업의 집행 절차에서 각 단계마다 세련된 기법이 동원되어야
정책 취지가 살아날 수 있다.
다섯째, 각 보조사업 영역의 민간 당사자가 모여 스스로를 대변하기 위해
당사자 협의체를 설립해야 한다.
구자인.행정 보조금의 의미와 개선점. 《마을》 6호. 2020
각각의 제안 내용마다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절차나 과정이 쉽지않겠지만 이렇게라도 개선해 나가야 현재 나타나는 보조금 지원사업의 문제들을 조금씩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이 밖에도 장기적으로 공모 방식의 보조 사업보다 마을공동체 수당 등 누구라도 소외받지 않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과 보조사업의 결정권한을 주민자치회로 이양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남도와 남해군에서도 고민해봐야
이번 학습회를 통해 '보조금 사업'의 효과가 마을과 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닐 것 입니다. 다만, 경상남도와 남해군 차원으로도 개선되어야 할 점들에 대해 농민, 주민 당사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봐야 할 때라고 보여집니다. 도의회, 군의회 의원들의 관심도 필요한 대목입니다.
남해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도 앞으로 진행될 다양한 보조금 사업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론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 그럼 10월 월례학습회에서 또 만나요!
▶▶▶10월 학습회 예고◀◀◀
10월 학습회는 『마을』 7호(2021)의 특집 주제인 '21세기 농촌 마을 문화의 재구성'입니다. 고령화되고, 인구는 줄어드는 농촌 마을의 문화, 그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성찰해보고자 합니다. 월례 학습회는 언제나 개방되어 있습니다. 오세요!
10월 28일(금) 오후 4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실에서 진행되니 많은 관심있는 분들은 언제든 연락주세요. 읽을 자료를 보내드립니다. ☎ 055-862-8638